[국정감사] 농진청 신기술 6603건 중 농가 실증 260건(3.9%)…연구 성과 현장 문턱 못 넘어
국회 농해수위, 품종 보급 46%·농업로봇 협의체 후속 회의 전무·위성 분석 인력 7명 지적 이승돈 청장, 현장 의견 반영률 80%로 확대·연구 4~5년 차 농가 실증 병행 약속
최근 5년(2021~2025년)간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신기술 6603건 가운데 농가 현장 실증을 거친 것은 260건(3.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신품종도 311건 가운데 45건(14.5%)만 현장 실증을 거쳤다. 올해 예산이 1조 1000억 원을 넘는 국가 농업 연구 기관의 성과가 농가까지 닿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잇따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서삼석)는 14일 농촌진흥청 등 7개 기관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열었다. 여야 의원들은 연구 착수부터 보급까지 이어지는 과정의 병목과 함께, 피지컬 AI·농림위성 등 미래 농업 기반이 실제 현장 활용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졌다.
과제 착수까지 2년…농민 연구 수요 반영 10.6%
더불어민주당 김성범 의원(제주 서귀포)은 연구 과제가 수요 조사부터 착수까지 1년 반에서 2년이 걸리는 구조를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제주 만감류 레드향의 열과 피해를 예로 들었다. 피해는 2010년대부터 나타났지만 농진청이 본과제에 착수한 것은 2025년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그사이 농가들이 물 관리와 채광, 가지치기 방식을 각자 바꿔 보고 자체 연구회를 꾸려 정보를 나누며 대응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승돈 농촌진흥청장은 레드향 피해가 2024년 가장 컸고, 피해가 커지면서 2025년부터 본과제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이 농진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업인과 농민단체가 낸 연구 수요가 실제 과제로 선정된 비율은 최근 5년간 10.6%였다. ‘내년 검토’ 답변까지 포함해도 26% 수준이다. 이 청장은 “취임 당시 현장 의견을 그 정도로 반영한다면 농진청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며 “전문가 집단이 한 달 안에 풀 수 있는 것은 먼저 해결하고, 과제화가 필요한 것은 계속 과제 내용을 바꿔서라도 반영해 현장 의견 반영률을 8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이 2023년 도입된 ‘현안 대응 과제’를 언급하자 이 청장은 전체 예산의 약 3%를 투입해 한 달 안에 착수하고, 지속 연구가 필요하면 본과제로 넘기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품종 보급 46%·농기계 실판매 4.3%
김 의원은 보급 단계의 성적도 짚었다. 최근 5년간 개발한 품종 311종 가운데 실제 보급된 것은 144종(46%)으로 절반에 못 미쳤다. 신기술은 기술이전 비율이 39% 수준이고, 이전된 기술 가운데 제품화된 비율도 39%에 그쳤다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 이 청장은 “통상 5년 과제가 끝난 뒤 실증 과제를 새로 만들면 7년이 넘는다”며 “성과가 나오는 4~5년 차에 과제 안에서 선도농업인·청년농업인 농가를 실증 장소로 삼는 방식으로 개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기계 연구개발(R&D)에서는 보급 실적을 부풀린 정황도 드러났다.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부산 사하갑)은 최근 5년(2021~2025년)간 293억 원을 투입한 농기계 R&D의 보급 대수가 6만 1128대로 보고됐지만, 이는 업체와 맺은 기술이전 계약 대수였다고 밝혔다. 실제 판매는 2643대로 계약 대수의 4.3%에 불과했다.
이 의원은 이 청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현장에서 쓰이지 않는 기술은 실패한 기술’이라고 말했지만, 현장 보급까지 관리하는 체계는 여전히 갖춰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 청장은 기존 자료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실제 보급된 것만 반영하도록 수정을 지시했다며 개선을 약속했다.
현장 서비스의 활용도 역시 낮았다.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강원 속초·인제·고성·양양)은 농진청이 10년 넘게 R&D 예산 136억 원을 투입한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 서비스’의 가입 농가가 전체 97만 가구 중 5만 가구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가입률은 5.4%다. 시도별로는 전북이 13%인 반면 강원은 1.27%, 제주는 0.22%였다. 가입 농가가 한 곳도 없는 시군도 있었다.
이양수 의원은 “농가가 자부담도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에 농촌진흥청이 10년 이상 예산을 투자해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가입률이 5% 수준이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농업인들의 이용을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지난해 국감에서 가입률을 높이겠다고 답했지만 달라진 게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청장은 “개인정보 문제로 농업인들이 가입을 꺼린 측면이 있었다”며 “지난해부터 시군 농업기술센터 담당자가 필지별로 기상을 모니터링해 농가와 함께 대응하는 체계로 바꿨다”고 답했다.
553억 원 사업 조정하는 로봇 협의체, 출범 후 후속 회의 없어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의원(제주 제주갑)은 이재명 정부가 ‘피지컬 AI 1등 국가’를 내걸었지만 농업 분야 주무기관인 농진청의 대응이 더디다고 비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진청은 지난 6월 ‘부·청 공동 민관협력 농업로봇 연구협의체’를 출범시키고 첫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농진청이 이날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협의체는 이후 단 한 차례도 회의를 열지 않았다. 문 의원은 협의체가 이날 제출 자료 기준 553억 원 규모 사업을 조정하는 기구인데도 법령·훈령·운영규정이 모두 없어, 회의를 열지 않고 방치해도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올해를 AX(인공지능 전환) 대전환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지만, 소극적인 행정이 발목을 잡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농진청이 지원한 실증 로봇 가운데 장기간 가동되지 않거나 고장 후 사후관리(AS)가 이뤄지지 않는 사례도 문제 삼았다. 현행법상 농업로봇에 대한 별도 규정 없이 농기계로 분류되는 점, 보급 지원이 4년간 100억 원 수준에 그치는 점도 함께 짚었다.
이 청장은 “지난해 농업로봇과를 신설하고 예산도 확보했지만 지금 가고 있는 속도에 비해 미진한 것은 인정한다”며 “더 빨리,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답했다. 문 의원은 협의체의 법적 근거와 운영규정 마련, 데이터 표준 적용 계획, 분기별 정기회의 개최를 요구했다.
농림위성 쏘아 올렸지만 분석 인력은 7명
지난 7월 발사에 성공한 농림위성의 활용 체계도 쟁점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경기 화성갑)은 농림위성 개발 관련 사업에 1160억 원이 투입됐지만 위성 영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품목은 현재 벼와 배추 두 가지뿐이라고 지적했다. 농진청은 2029년까지 분석 품목을 14개로 단계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농업위성센터 근무 인원 14명 중 데이터 분석 연구 인력은 7명에 불과하다. 송 의원이 분석 인력을 10명가량 더 투입해야 하지 않느냐고 묻자, 이 청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했다. 송 의원은 내년 정부안에 편성된 관련 예산 47억 원 외에 인력과 전산 시스템 확충에 10억 원가량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경기 포천·가평)은 위성 활용을 생산량·가격 예측으로 넓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상청 기상 데이터와 농진청 작황 데이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유통가격·수입 데이터, 농협 농작물재해보험 데이터를 하나로 잇는 ‘농업 AI 예측 체계’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 청장은 위성 식생지수로 작황과 병해 발생을 파악하고 재배면적·생산량을 예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그런 체계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농업용 드론에 대해서도 농진청이 성능·안전 검정 기준, 드론 수집 데이터 표준, 트랙터 등 자율주행 농기계와의 연동 인터페이스를 맡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종자 로열티 연 100억 원 안팎…화훼 연구 예산은 3분의 1로
종자 주권 문제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문금주 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은 최근 10년간 해외로 나간 종자 로열티가 매년 80억~110억 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반면 화훼 분야 연구 예산은 2023년 19억 9000만 원에서 2024년 6억 8000만 원으로 급감했고, 올해는 6억 2000만 원까지 줄었다. 문 의원은 “R&D 성과를 로열티 수입만으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국산 품종 보급에 따른 로열티 절감 효과도 성과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 청장은 이에 동의했다.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충남 홍성·예산)은 농진청이 6년간 4조 8000억 원의 R&D 예산을 쓰고도 농업소득은 크게 늘지 않았다며 근본적 혁신을 촉구했다. 그는 종자 생산부터 유통까지 품질을 데이터로 관리하는 등 AX 전환을 통해 농진청이 농업의 체질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위원들은 여러 현안을 짚었다. 이성권 의원은 지난해 용역업체를 통한 농업인 개인정보 57만 5000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재발 방지책이 담기지 않은 채 해당 업체와의 계약이 유지된 점을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관 의원(충남 천안을)은 과수화상병 신규 발생 지역에서 발생 비율과 관계없이 과원 전체를 폐원하는 기준을 재검토하고, 시범 지역을 정해 부분 방제를 적용해 보자고 제안했다. 이 청장은 방역심의위원회 검토를 거쳐 내년에 시범 적용하고, 문제가 없으면 전체 확산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